Description
Area
Location
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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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ail shop
22 ㎡
Helliocity Shopping arcade, Seoul
August, 2021
Seonsu Lee of JJSSBROS
송파 헬리오시티.
부동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송파의 대규모 단지죠. 9,510세대의 규모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라고 합니다.
단지 내 여러 상가동 중 '위스키 앤 조이'가 위치한 곳은 8호선 송파역과 송파대로에 면한 A상가입니다. 단지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길목에 위치한 이 상가의 지하1층에는 큰 선큰광장이 있고 선큰광장에는 대형 마트가 면해있어 유동인구가 제법 많습니다. 우리 사이트도 이 선큰광장과 인접해있어 어떻게 하면 22제곱미터(약 7평)의 크지 않은 공간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22 제곱미터의 작은 매장은 위스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보틀샵입니다. 우리는 상가 중앙에 위치한 이 공간이 주변을 향해 항상 열려 있길 바랐습니다. 공용공간과 면해 있는 2개의 면을 열어 매장 전체를 홀에 흡수시키고 이로써 작은 면적의 매장이 보다 큰 공간감을 갖길 바랐습니다. 또한 위스키가 진열될 나머지 면은 색 온도가 높은 조명을 사용해 정갈하고 깔끔한 배경을 만들어 이 곳에 진열될 위스키들이 더욱 집중 받을 수 있도록 연출합니다. 매장 전체의 분위기를 만드는 알루미늄의 소재의 선택은 주변 컨텍스트(context)인 스테인리스스틸의 프레임들과 비슷한듯 조금은 색다르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됩니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은 볼트와 너트만을 이용해 조립이 가능해 가구로 사용하기 좋은 재료이면서도 은은한 광택과 새로로 나있는 홈이 특유의 힘있는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주변 매장에 일관되게 사용된 스테인리스스틸 특유의 광택과 반복되는 프레임들 속에서 이질감 없이 조금의 변화를 가져와 우리만의 특별한 느낌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위스키 앤 조이'는 위스키를 위주로 판매하는 보틀샵입니다.
보틀샵은 매장에서 안주와 함께 알콜을 즐기는 와인바, 위스키바와는 다르게 주류를 판매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따라서 진열되어있는 위스키를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지가 계획의 주안점이 되어야 합니다.
전체의 매장의 밝기 정도는 물론 판매되는 상품의 패키지가 진열되는 곳의 밝기도 중요합니다. 또한 패키지의 크기를 고려한 선반의 계획과 진열해야 할 주종의 수를 파악하는 것도 이번 계획의 시작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은 간단 명료했습니다.
첫째는, 폴딩도어를 활용해 해당 사이트의 전면을 오픈하자는 것입니다. 선큰광장 출입구로 이어지는 통행 동선에 전면을 열어 고객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지요.
둘째는, 위스키 진열을 위해 가능한 많은 선반과 계산대, 일부 와인을 위한 별도의 선반과 치즈 등의 안주류를 위한 스탠딩 냉장고 등, 시설에 관련된 것들입니다.
전제조건과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계획을 시작 해 봅니다. 전체를 폴딩도어로 열어 놓으니 개방감이 확실히 좋습니다. 기존의 벽에도 최대한 많은 선반을 배치합니다.
기본적인 요구사항은 충족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개방감을 최대한 높이다 보니 상품을 진열하기 위한 선반의 수량이 조금 모자랍니다. 클라이언트와 다시 한번 상품의 종류 및 수량을 파악하고, 1차 검토안 보다 선반을 더 늘이면서도 상가를 이용하는 예비 고객에게 더욱 적극적인 디스플레이를 할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전면의 넓은 복도와 면한 곳은 개방을 하고 좌측의 좁은 복도는 시각적인 개방을 통해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1. 사이트의 기존 모습에서 시작한다.
2. 기존 스테인리스 파사드를 철거한다.
3. 공용부에 면한 부분에 폴딩도어를 설치한다.
4. 폴딩도어를 열면 최대한 개방된다.
5. 새로운 바닥면으로 정리한다.
6. 기존의 면에 최대한 많은 수납을 설치한다.
매장 벽면에 필요한 것들.
우선은 시선이 통하는 벽입니다. 문을 열어 개방할 부분 외에는 유리로 시선이 통하도록 해 내부의 모든 상품이 잘 보이도록 해야겠죠.
두번째는 선반입니다. 더 많은 제품을 더욱 효과적으로 진열하기 위해 유리면에 가깝게 전시 선반을 놓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리창 샤시와 선반, 이 둘을 하나로 합쳐 조금 더 간결하고 일체감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위스키라는 주종이 시간과 재료를 응축시켜 농도 짙은 술이 되는 것 처럼요.
시간과 정성을 농축한 위스키는 다른 술들과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됩니다. 위스키를 진열하고 판매하는 매장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들이 컨텍스트(context)라는 단어를 많이 써요. 사전적으로는 앞뒤 맥락, 문맥 이라는 뜻입니다.
혼자 유난스럽게 튀지 않도록 주변의 모양, 색감, 재료, 크기 등을 고려해 새로운 공간의 요소들을 결정해 나간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에요. 주변과 어울어지기도 해야하고, 그러면서도 개성이 느껴져야 하죠. 이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가 느껴지도록. 마치 위스키처럼 말이죠.
지하상가의 주변 매장 들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반짝이는 샤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있습니다. 수직의 샤시 사이로 가로 바(bar)들도 일정하게 지나가죠. 큰틀에서 '위스키 앤 조이' 매장도 이 형태를 유지합니다. 필요한 선반의 위치에 따라 가로-세로 바의 간격이 조금씩 달라질 뿐.
재료도 조금의 변화를 줍니다. 알루미늄은 스테인리스스틸과 같은 금속성을 갖고 있어 비슷해보이지만 광택이 은은해 좀 더 차분하고 정갈해 보입니다. 공장 생산되는 프로파일에 새겨져 있는 세로로 긴 홈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길게 뻗은 선반들이 더 힘있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또한, 알루미늄 프로파일은 볼트와 너트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금속을 연결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접' 이라는 방식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방법이지만 부재들이 만나는 부분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매장의 인테리어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위스키를 고르러 오는 고객들에게 이 공간은 배경입니다. 상품을 관찰하기 위해 가까이 들여다보는 고객들의 시선을 좋지 않은 디테일로 빼앗아 버린다면 좋은 배경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차이이지만 접합 방식의 디테일은 중요합니다.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가까이 들여다 봤을 때 모나지 않아야 좋은 배경이라고 할 수 있을것 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90%가 좋은 배경, 그릇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10%는 요리가 담길 그릇에 플레이팅 하듯, 필요한 가구로 작은 포인트를 넣는 일입니다.
위스키를 구입하러 오시는 고객분들을 상상 해 보면, 퇴근 길에 잠시 들르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마트에 나왔다 들르는 부부, 커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엄마 몰래 아이들과 들르는 아빠들도 계시겠죠. 방문한 분들이 모두 위스키에 관심이 많지는 않을거게요. 누군가는 위스키를 고르고, 누군가는 기다리기기도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기다리는 분들을 위한 자리가 하나 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 구입해가는 상품이 단순한 '술'이 아닌 작은 '행복'이길 바라면서요. '위스키 앤 조이' 라는 상호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발길을 되돌리시길 바라는 마음에 '스마일'의 컬러인 짙은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줍니다. 차분한 무채색의 매장에 따듯한 컬러를 한 스푼 얹어 조명의 색온도와도 은연중에 어울리기를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