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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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Date
Photo
Residential
108 ㎡
Jamsil Parkrio APT, Seoul
December, 2021
JJSSBROS
2008년에 준공된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 32평형은 탑상형 4호 조합의 양쪽 날개에 위치한 평면 타입입니다. 전면 2베이의 비교적 좁은 폭이지만 3면이 외기에 면해있어 각 방에서 충분한 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방의 창문을 통해 맞통풍이 가능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합니다.
전체적인 발코니 확장을 통해 전용할 수 있는 면적을 최대한 찾아 나가면서도 주방과 붙어있는 발코니의 일부는 감추고싶은 집안의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남겨두었습니다. 합리적인 동선과 적절한 작업공간을 확보하며 주방의 레이아웃을 정리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안점입니다.
클라이언트 여러 요청사항 중 한가지는 주방의 레이아웃 이었습니다.
신혼 부부인 클라이언트 두 분은 직접 식사를 준비하며 주방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다고 합니다. 기존에 사용하시던 주방은 식탁과 떨어져 있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식탁에 앉아있는 배우자와 소통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더욱이 음식준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벽만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에 무료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이런 상황은 개선하고자 여러 방법을 고민 해 보았습니다.
1. 가능한 싱크대의 길이가 길어져 요리를 준비할 공간이 넉넉할 것.
2. 주방에서 바깥을 조망하거나 거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일 것.
3.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과 식사하는 공간 사이에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일 것.
식탁을 주방과 가깝게 두며 위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기 위해 계획 초반 주방 레이아웃을 고민했습니다. 한정적인 주방 폭 안에서 일정크기의 식탁이 포함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음을 느꼈고, 뒷 발코니까지 싱크대를 확장하는 것이 미관적으로는 보기 좋을 것 같았지만 급배수와 같은 설비 비용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닌 것으로 검토하게 되었죠.
주방과 식탁을 멋진 포토존으로 만들고 싶은 우리에게 답은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정해졌습니다. 바로 식탁을 거실로 옮기는 것이죠. 좌우 폭이 절대적으로 넓은 거실로 식탁이 옮겨가는 순간 골라놓은 식탁은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듯 너무나 편안한 비례를 찾았고, 덕분에 주방의 싱크 공간은 'ㄷ'자 구조로 넓은 요리공간과 함께 거실과 그 너머의 창을 향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발코니 뒷공간까지 생겨 세탁기를 비롯해 여러 살림살이를 잘 쌓아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실을 지나칠때마다 언제나 멋진 자태를 보여주는 파크리오 아파트의 준공년도가 2008년도니 어느덧 15년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내부를 보니 그 세월이 느껴집니다. 점잖은 우드필름과 몰딩, 색바랜 강마루에서 그 세월을 한번 느끼고, 확장되지 않은 발코니들과 장판이 깔려있는 각 방의 모습에서 이제는 단장을 새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 집니다.
준공사진에는 담을 수 없었지만 확장공간의 단열과 바닥 난방 등 집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난방과 결로에 신경써서 단정한 모습으로 클라이언트께 전해드리고자 마음을 먹어봅니다.
새로 머물 공간을 준비하며 즐거움과 걱정을 동시에 주는 것이 바로 자재와 컬러의 선정일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선택을 시작하지만 이내 혼란스러움이 찾아오곤 하죠. 웹 서핑을 하며 준비해 놓은 사례도 하나하나 너무나 이쁘고 완성도 높은 공간이지만 이 여러 이미지를 섞어도 과연 괜찮을지 걱정도 됩니다. 이번 클라이언트 두 분도 많은 준비를 해 오셨습니다. 명확한 결정에 큰 줄기들이 착착 결정되어갔고 조금 어려운 결정에서는 기존에 갖고 계신 가구들과 소품들, 키우고 계신 식물들과 식기, 취미 등의 여러 요소가 참고되어 우리의 취향을 찾아 나갔습니다. 퇴근하며 들어오시는 남편분의 기분을 생각하며 중문의 분할과 열리는 방향도 결정되고, 현관의 긴 장도, 간접조명과 액자들이 놓일 위치도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와 공간을 찾아갑니다.
공식처럼 정해진 아름다움도 물론 좋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알맞은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 나의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방에 맞춘 가구가 '키친핏'이라면, 내 삶에 맞춘 주방은 '라이프 핏'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방 살림은 각자의 손에 익은 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수납하는 방법, 필요한 식기, 그에 따른 공간, 손에 닫는 높이까지.
아파트가 그 크기에 따라 숫자로 일관되게 표현된다고는 해도 그 안에서 생활하는 각자의 취향과 삶의 방식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렇기에 내 손에, 내 마음에 맞는 색과, 질감과, 크기, 위치는 다 다를 수 밖에 없죠.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결정 한 만큼 클라이언트 분들에게 흡족한 공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종일 바깥에서 받은 스트레스들을 조금이나마 더 달래줄 수 있길 바라며 각 방들에는 은은한 조명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안방은 커튼박스 안에 간접조명을 배치해 잠들기 전 차분함을 이끌어주길 바랬고, 작은 방들의 발코니 확장부에는 확산형 LED 조명을 배치해 중앙 방등 하나로는 부족한 조도를 보충해 주고, 추가된 조명의 낮은 색온도로 기존 방등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은은함이 깃들어 있지만 안방의 파우더룸 만큼은 그 어느 공간보다 강렬함을 담았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이 공간이라면 매일 아침 저녁을 더욱 기분 좋게 시작하고 마무리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