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동안 가족들과 캠핑을 다녔다. 그 때의 석양과 장작불과 감정들이 지금의 원동력이 된다.]
작년 6월, 스스로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일을 해온지도 10년이 되었다는 생각이 결정에 힘들 더 실어주었다.
그렇게 딱 1년 잘 쉬어보니 역시나 쉬길 너무나 잘했다 싶었고 여건만 더 갖춰져있다면 더 길게 쉬고 싶었다.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된다. 일을해야 한다. 뭐 그런 부지런함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다만 집에는 쌀이 떨어져 가고 있었고, 그래도 1년을 쉬고나니 몸도, 마음도 이제는 돈을 벌러 나갈 수 있다구나 라는 용기가 생겼을 뿐이다.
오랜만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려니 조금은 막연했다.
사무실도, 책상도, 의자도, 그 흔한 자재 샘플도 하나 없이 그야말로 “0”, 원점 이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니 흔쾌히 자리도 내어 주시고, 일도 주시고, 술도 사주시는 분들이 있어 너무나 감사하게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일도 가리지 않고 했다.
어떻게 진짜선수라는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여러 일들을 제안 해 주신 분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둥글둥글한 성격이 못되는 편이라 감사한 마음이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로 최선을 다해서 보답하려고 노력했다.
그 와중에 본연의 까칠함이 드러난 순간들이 머리에 스친다. 머지않아 죄송함을 말로 전해야겠다.
덕분에 바쁘게 반년을 보냈고, 오랜만에 일에서 기쁨을 느꼈다.
둘이, 셋이 하던 일들을 혼자서 진행하다보니 부담스럽고 버거운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오히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많은 것이 느껴졌고, 순간의 본능적인 판단에 가볍게 결정을 지어 행동할 수 있었다.
상황과 경험에 맞춰 목표는 계속 수정되었고, 거창했던 목표는 점차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정리되어갔다.
1. 건축과 인테리어의 경계 없이 좀 잘하고 싶다.
2. 설계를 하려다보니 현장도 좀 알아야 겠네?
3. 내가 다룰 수 있는 크기의 공간에 집중하자.
4. 결국 건축-인테리어의 본질은 집이 아닐까?
네가지 모두 말하기 어렵고, 긴 이야기들 이지만,
결론적으로 올해 진행한 여러 종류의 일들 중에 주거공간에서 새삼 기분이 묘했다.
지인분의 집이었고, 아파트 인테리어였다.
사실 작년까지는 아파트 인테리어를 좀 꺼렸다. 상업시설은 수익을 고려한 투자의 개념으로 어느정도 금액 투입이 설득 가능하다.
공사비는 물론이고 설계비 역시도.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클라이언트에게 설계비는 눈뜨고 코배이는 느낌이로 다가가는 듯하다.
어딘가에서는 공사를 맡으면 여기에 뭐 놓고 저기에 뭐놓는지 당연히 결정해준다는 이유가 하나이고,
또 하나는 ‘디자인이 필요 없다’는 이유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뭔가 요란하고 화려한 것 이라는 인상이 큰듯하다.
모든 디자이너들은 ‘Less is More’ 라고 그렇게 배우는데, 그 화려하고 요란한 디자인은 누가 하는건지 정말 모르겠다.
아무튼 상업시설도 그런데 내가 사는 집에 누가 설계비를 별도로 주고 인테리어를 맡길까.
건축도 아니고.
거의 없다.
맡기더라도 의견을 내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 많은 의견의 조율이 불가능하다.
어렵다. 그만한 예산마련도 힘들고. 티도 안나고. 평가도 까다롭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내 핑계였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했고, 그래도 감사하게 최선을 다하자 다짐했을 뿐이다.
평형대비 예산도 넉넉하지 못했고, 그 과정도 험난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야기는 클라이언트의 동의를 얻어 따로 이야기 하고 싶다.
적당한 선에서 ㅎㅎ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고마운 마음을 들었다.
그것은 자재의 높은 스펙 문제도 아니고, 포트폴리오에 실릴만한 퀄리티의 문제도 아니었다.
금전적인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반복해 물어봤을 때 아마 그건 존중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당히 단호했고, 적절한 긴장감이 있었으며 많은 대화 속에서도 벽이 없었다.
아마도 그건 클라이언트 개인의 인성과 품위가 높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삶에, 그 공간에 관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결국은 ‘가치’다.
그동안 아름다움의 가치, 사업의 성공에 공간이 기여하는 가치, 나의 포트폴리오에 실릴만한 가치에 가려져서
관계의 가치를 보지 못했나보다.
물론 건축가, 디자이너로써 모든 가치가 중요하다. 그래야 집에 다시 쌀이 떨어지는 일이 없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그동안 조금 간과했던 관계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앞으로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닐까 한다.
이 시장도 굉장히 치열하고, 수학공식 처럼 아름다움과 취향의 공식이 정해져있는 곳이다.
아직 그 공식을 풀어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그 정답은 물론이고, 풀이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썼더니 횡설수설 한 글이 되었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횡설수설 쓰게 될것같다.
그렇지 않으려다보니 글을 안쓰게 되서말이지요…
다음 글은 조금 더 짧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도록 해야겠다.
[쉬는 동안 가족들과 캠핑을 다녔다. 그 때의 석양과 장작불과 감정들이 지금의 원동력이 된다.]
작년 6월, 스스로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일을 해온지도 10년이 되었다는 생각이 결정에 힘들 더 실어주었다.
그렇게 딱 1년 잘 쉬어보니 역시나 쉬길 너무나 잘했다 싶었고 여건만 더 갖춰져있다면 더 길게 쉬고 싶었다.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된다. 일을해야 한다. 뭐 그런 부지런함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다만 집에는 쌀이 떨어져 가고 있었고, 그래도 1년을 쉬고나니 몸도, 마음도 이제는 돈을 벌러 나갈 수 있다구나 라는 용기가 생겼을 뿐이다.
오랜만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려니 조금은 막연했다.
사무실도, 책상도, 의자도, 그 흔한 자재 샘플도 하나 없이 그야말로 “0”, 원점 이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니 흔쾌히 자리도 내어 주시고, 일도 주시고, 술도 사주시는 분들이 있어 너무나 감사하게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일도 가리지 않고 했다.
어떻게 진짜선수라는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여러 일들을 제안 해 주신 분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둥글둥글한 성격이 못되는 편이라 감사한 마음이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로 최선을 다해서 보답하려고 노력했다.
그 와중에 본연의 까칠함이 드러난 순간들이 머리에 스친다. 머지않아 죄송함을 말로 전해야겠다.
덕분에 바쁘게 반년을 보냈고, 오랜만에 일에서 기쁨을 느꼈다.
둘이, 셋이 하던 일들을 혼자서 진행하다보니 부담스럽고 버거운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오히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많은 것이 느껴졌고, 순간의 본능적인 판단에 가볍게 결정을 지어 행동할 수 있었다.
상황과 경험에 맞춰 목표는 계속 수정되었고, 거창했던 목표는 점차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정리되어갔다.
1. 건축과 인테리어의 경계 없이 좀 잘하고 싶다.
2. 설계를 하려다보니 현장도 좀 알아야 겠네?
3. 내가 다룰 수 있는 크기의 공간에 집중하자.
4. 결국 건축-인테리어의 본질은 집이 아닐까?
네가지 모두 말하기 어렵고, 긴 이야기들 이지만,
결론적으로 올해 진행한 여러 종류의 일들 중에 주거공간에서 새삼 기분이 묘했다.
지인분의 집이었고, 아파트 인테리어였다.
사실 작년까지는 아파트 인테리어를 좀 꺼렸다. 상업시설은 수익을 고려한 투자의 개념으로 어느정도 금액 투입이 설득 가능하다.
공사비는 물론이고 설계비 역시도.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클라이언트에게 설계비는 눈뜨고 코배이는 느낌이로 다가가는 듯하다.
어딘가에서는 공사를 맡으면 여기에 뭐 놓고 저기에 뭐놓는지 당연히 결정해준다는 이유가 하나이고,
또 하나는 ‘디자인이 필요 없다’는 이유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뭔가 요란하고 화려한 것 이라는 인상이 큰듯하다.
모든 디자이너들은 ‘Less is More’ 라고 그렇게 배우는데, 그 화려하고 요란한 디자인은 누가 하는건지 정말 모르겠다.
아무튼 상업시설도 그런데 내가 사는 집에 누가 설계비를 별도로 주고 인테리어를 맡길까.
건축도 아니고.
거의 없다.
맡기더라도 의견을 내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 많은 의견의 조율이 불가능하다.
어렵다. 그만한 예산마련도 힘들고. 티도 안나고. 평가도 까다롭다.
여기까지가 그동안의 내 핑계였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했고, 그래도 감사하게 최선을 다하자 다짐했을 뿐이다.
평형대비 예산도 넉넉하지 못했고, 그 과정도 험난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야기는 클라이언트의 동의를 얻어 따로 이야기 하고 싶다.
적당한 선에서 ㅎㅎ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고마운 마음을 들었다.
그것은 자재의 높은 스펙 문제도 아니고, 포트폴리오에 실릴만한 퀄리티의 문제도 아니었다.
금전적인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반복해 물어봤을 때 아마 그건 존중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당히 단호했고, 적절한 긴장감이 있었으며 많은 대화 속에서도 벽이 없었다.
아마도 그건 클라이언트 개인의 인성과 품위가 높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삶에, 그 공간에 관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결국은 ‘가치’다.
그동안 아름다움의 가치, 사업의 성공에 공간이 기여하는 가치, 나의 포트폴리오에 실릴만한 가치에 가려져서
관계의 가치를 보지 못했나보다.
물론 건축가, 디자이너로써 모든 가치가 중요하다. 그래야 집에 다시 쌀이 떨어지는 일이 없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그동안 조금 간과했던 관계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앞으로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닐까 한다.
이 시장도 굉장히 치열하고, 수학공식 처럼 아름다움과 취향의 공식이 정해져있는 곳이다.
아직 그 공식을 풀어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그 정답은 물론이고, 풀이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썼더니 횡설수설 한 글이 되었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횡설수설 쓰게 될것같다.
그렇지 않으려다보니 글을 안쓰게 되서말이지요…
다음 글은 조금 더 짧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