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서울
2호선 성수역 근처는 서울에서도 이미 유명한 핫플레이스이자 데이트 코스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카페와 복합 상업시설,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는, 이렇게 생겨나도 더 생겨날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뜨거운 동네에 오늘 소개할 공간 또한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서울의 공간은 바로, 2020년 초 성수-뚝섬역 사이에 자리 잡은 아이웨어 브랜드 윤(YUN)의 매장입니다. 안경점의 한켠에 위커파크(wicker park) 성수점이 함께 위치해 안경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 한잔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2호선 성수역 - 뚝섬역 사이에 위치한 '윤 서울', 좌측 나무 배너 쪽 출입구 뒤로 '위커파크'가 위치한다.]
2. 브랜드 : 공간의 탄생
YUN 이라는 이름의 eye wear brand를 알게 된 것은 이 공간의 디자인을 맡은 labotory(라보토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준공작이 업로드된 것을 보고 나서입니다.
디자이너를 통해 알게 된 YUN 이라는 브랜드는 30년째 안경테와 렌즈를 함께 만들어오신 아버지와 함께 패션을 공부한 따님이 새롭게 리뉴얼해 독일에서 첫 매장을 열고 부녀의 뿌리인 한국에서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의 첫 매장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 여백, 균형, 정직이라는 브랜드 철학에 잘 맞는 공간을 만들어나갈 디자이너를 찾길 원했을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인 윤(YUN)은 여백의 미, minimalism을 중심에 두고 동양과 서양, 서대, 기술과 예술, 패션과 기능, 빠름과 느림 사이의 균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능적으로는 매장 안에서 안경이 제작되는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고요.
['윤 서울'은 브랜드의 가치와 맞는 아이템들을 샵인샵으로 함께 판매하고 있다.]
3. 디자이너 : 영혼 믹서기들
전체의 공간 디자인을 맡은 Labotory(이하 LBTR)는 특유의 조형성이 보이는 팀이에요. 거친 재료를 잘 다루고 거친 재료와 함께 반짝이는 재질과 유려한 곡선, 간접조명을 적절히 버무려 냅니다. 디자이너의 감각과 노하우, 각 프로젝트에 맞는 조합을 통해 뭔가 우아한 분위기의 공간을 대부분의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서울 외에도 익선동의 ‘서울 커피’, 한남동의 ‘오리앙떼’ 등을 방문하시면 거칠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윤서울에서도 LBTR는 클라이언트를 분석하며 디자인의 단초를 잡아나갑니다.
그 시작은 윤의 뿌리인 한국적인 무엇인가 였더군요.
클라이언트의 철학인 여백의 미, 균형, 정직함을 동양적인 미니멀리즘으로 바라보고 한국의 단색화와 백자의 이미지를 공간의 메인 콘셉트로 설정합니다.
[전체의 깨끗한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 외로 거친 재료의 조합이 눈에 띈다.]
[바닥의 재료도 디테일의 차이를 두었다.]
[재료를 섞어 쓰면서도 과하지 않은, 오히려 단순함과 섬세함 사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LBTR의 내공이 아닐까]
4. 공간 구성
전체의 공간은 크게 2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이 안경점인 YUN 서울의 공간이고, 왼쪽 한켠에 엄연히 별도의 문으로 (얼핏 보면 전체가 하나의 문으로 보여요) 위커파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윤 서울은 11시부터, 위커파크는 12시부터 운영을 하니 점심시간 즈음에는 방문 전 시간을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윤서울의 내부 공간은 검안실 부분과 제작된 안경이 이동하는 컨베이어 벨트 부분만이 별도 구획되어있고 나머지는 테이블의 구성으로 전체의 공간을 이룹니다.
눈을 사로잡는 한 부분이 앞서 말한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유리 파티션 뒤로 마치 박제되어있는 듯한 기계미(잘 만들어진 기계에서 느껴지는 뭔가 아름다운 모습) 넘치는 이 벨트가 저는 그저 그럴싸해 보이기 위한 장치인 줄 알았어요.
근데 웬걸, 실제로 검안실에서 제작된 안경이 카운터까지 배달되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저를 위해 저 기계를 한번 움직여보고 싶다은 욕구가 잔뜩 샘솟았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윤서울의 매장은 벽이 없이 여러 개의 테이블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이블마다 카운터, 굿즈 및 편집 상품, 본상품 등의 용도가 정해져 있고, 입구에서부터 고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용도의 구성으로 테이블의 성격을 구분해 놓았습니다.
전체의 공간을 시원하고 자유롭게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구와 제품의 배치를 통해 동선을 의도한 샘이죠.
또한 위커 파크의 공간은 오픈되어있는 서비스/오더 테이블 옆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실내공간을 제공합니다.
[공간 내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이는 컨베이어 벨트]
[브랜드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을 담은 공간의 설명을 담은 그래픽]
[안경을 판매하는 메인 공간에서 @jjssbros_closet 의 이과장님과 굉장히 친절하셨던 샵매니져님]
5. 공간의 포인트
윤 서울은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가 각각 다른 포인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눈길을 잡았던 포인트는 파사드(건물의 전면)와 입구 사이의 처마가 만나는 부분의 모습이었습니다. 거친 재료의 입면 뒤로 천장 면이 매끈하게 말려 올라가며 겹쳐지는 장면은 은은하게 빛나는 간접조명이 더해져 굉장히 아름다운 컷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매끈하게 말린 면이 마치 전통재료인 한지처럼 가볍게 느껴져 발을 말아 올린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한옥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동양적인 무엇인가의 느낌이 전해지는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마주한 공간은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바로 재료의 질감입니다. 미리 찾아본 사진으로도 여러 가지 질감의 재료를 잘 섞어 썼다고 생각은 했지만 직접 마주하니 사진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던 백색의 거친 마감면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기포 콘크리트 같기도 하고, 현장타설이 아닌 패널로 제작되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거친 숨구멍이 가득한 골이 반복되는 재료의 질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모든 공간의 마감 재료를 고민하다 보면 손이 닫는 부분, 발이 닫는 부분의 재료들이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유지보수의 용이성 같은 지속적인 부분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이 거친 재료는 발이 닫는 가구의 하부와 손이 잘 닫지 않는 선반 뒷배경과 같은 곳에 굉장히 계산적으로 적절히 쓰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매끈한 가구의 표면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너무 근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재료의 활용을 한 가지 더 꼽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여러 겹으로 겹쳐 사용한 아크릴입니다.
판매 및 전시되는 제품들의 배경으로 아크릴을 레이어드 해 놓았는데요.
배경이 되는 큰 아크릴 위에 개별 상품의 받침이 되는 작은 아크릴이 겹쳐지고 은은한 조명이 두 겹의 아크릴을 관통해 제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어떤 화려한 조명이 제품을 감싸도 이만큼 우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크릴과 더불어 제품의 소개는 기포 콘크리트 패널의 조각을 받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크릴과의 매치 역시 훌륭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마주한 곡선의 처마는 우아함과 경쾌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빛을 컨트롤 한다는 것. 디자이너 LBTR가 지닌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6. 아쉬운 점
윤(YUN)과 위커파크의 공간에서 아쉬운 부분은 위커파크의 홀과 외부공간입니다.
윤(YUN)이 물론 안경을 맞추려는 목적이 없이도 한 번쯤 둘러보기 즐거운 곳이긴 하지만 위커파크가 함께 있기에 더욱 편안하게 다시 들릴 수 있는 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도 2-3번 정도 방문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위커파크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전체 공간의 기획이 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 대부분의 결정과 콘셉트가 윤 서울의 몫이 었을 것이고 공간에 투자되는 비용 역시 위커파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가능하면 본인들이 사용 가능한 범위에서 지출을 해야 했을 겁니다.
첫 번째 아쉬운 점은 이 부분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려한 형태의 홀 내부 마감이 페인트로 마감이 되어있는데 은은한 벨벳광이 프리미엄 도료인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손과 발이 자주 닿는 곳이다 보니 벌써부터 때가 많이 타 있는 모습입니다.
윤서울 홀과 같은 마감재의 매치가 이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아마도 비용의 차이가 있어 차선의 결과물이 아닐까 예상됩니다.
두 번째.
외부공간은 현재의 결과물도 전체와 잘 어우러지고 입구 앞에 나란히 놓인 나무 좌석 또한 매력적입니다만 석촌호수 삼거리에 위치한 위커파크의 첫 매장을 아는 분들이라면 외부공간에서 주는 아늑함을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그런 공간이 이곳 성수점에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지금의 모습과 어떻게 해야 잘 어울리면서 외부공간도 만들어 내면서, 위커파크 자체의 브랜드 다움을 잃지 않고, 함께하는 윤서울과 통일감을 이루고. 뭐 이런 복잡한, 어쩌면 해결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부분은 공간을 담당해준 LBTR에게 맡기는 걸로 할게요.
전 못합니다. 못해요.
[굳이 아쉬운 점으로 마감의 유지관리를 꼽았지만 위커파크의 공간 역시 근사한 공간이에요.]
[공간의 중첩, 건축가들은 이런거 좋아합니다.]
7. 한 줄 정리
윤서울, 그리고 LBTR는 재료와 조명에 대한 고민과 이해도가 높은 공간을 보여줍니다. 자신들의 로직을 만들어내는 숨은 노력은 제눈에 조금 변태스러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듯 보입니다. 덕분에 화려하지 않은 듯 사실은 화려한 공간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마치 앙드레김 선생님을 오랜만에 보듯이.
아. 그리고 안경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과 커피 한잔 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저 스스로도 놀라웠습니다. 저는 조만간 찜해놓은 안경을 겟하러 다시 방문하지 않을까 싶어 지네요. :)
[뭐니뭐니 해도 '윤 서울'은 안경이 짱입니다. 제가 찜한 모델은 비밀!]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66 1층
브랜드 : YUN (yun-seoul.com) + 위커파크 성수
공간 디자인 : Labotory (labotory.com)
프로그램 : YUN seoul, Wicker park seongsu
1. 오늘의 서울
2호선 성수역 근처는 서울에서도 이미 유명한 핫플레이스이자 데이트 코스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카페와 복합 상업시설,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는, 이렇게 생겨나도 더 생겨날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뜨거운 동네에 오늘 소개할 공간 또한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서울의 공간은 바로, 2020년 초 성수-뚝섬역 사이에 자리 잡은 아이웨어 브랜드 윤(YUN)의 매장입니다. 안경점의 한켠에 위커파크(wicker park) 성수점이 함께 위치해 안경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 한잔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2호선 성수역 - 뚝섬역 사이에 위치한 '윤 서울', 좌측 나무 배너 쪽 출입구 뒤로 '위커파크'가 위치한다.]
2. 브랜드 : 공간의 탄생
YUN 이라는 이름의 eye wear brand를 알게 된 것은 이 공간의 디자인을 맡은 labotory(라보토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준공작이 업로드된 것을 보고 나서입니다.
디자이너를 통해 알게 된 YUN 이라는 브랜드는 30년째 안경테와 렌즈를 함께 만들어오신 아버지와 함께 패션을 공부한 따님이 새롭게 리뉴얼해 독일에서 첫 매장을 열고 부녀의 뿌리인 한국에서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의 첫 매장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 여백, 균형, 정직이라는 브랜드 철학에 잘 맞는 공간을 만들어나갈 디자이너를 찾길 원했을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인 윤(YUN)은 여백의 미, minimalism을 중심에 두고 동양과 서양, 서대, 기술과 예술, 패션과 기능, 빠름과 느림 사이의 균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능적으로는 매장 안에서 안경이 제작되는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고요.
['윤 서울'은 브랜드의 가치와 맞는 아이템들을 샵인샵으로 함께 판매하고 있다.]
3. 디자이너 : 영혼 믹서기들
전체의 공간 디자인을 맡은 Labotory(이하 LBTR)는 특유의 조형성이 보이는 팀이에요. 거친 재료를 잘 다루고 거친 재료와 함께 반짝이는 재질과 유려한 곡선, 간접조명을 적절히 버무려 냅니다. 디자이너의 감각과 노하우, 각 프로젝트에 맞는 조합을 통해 뭔가 우아한 분위기의 공간을 대부분의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서울 외에도 익선동의 ‘서울 커피’, 한남동의 ‘오리앙떼’ 등을 방문하시면 거칠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윤서울에서도 LBTR는 클라이언트를 분석하며 디자인의 단초를 잡아나갑니다.
그 시작은 윤의 뿌리인 한국적인 무엇인가 였더군요.
클라이언트의 철학인 여백의 미, 균형, 정직함을 동양적인 미니멀리즘으로 바라보고 한국의 단색화와 백자의 이미지를 공간의 메인 콘셉트로 설정합니다.
[전체의 깨끗한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 외로 거친 재료의 조합이 눈에 띈다.]
[바닥의 재료도 디테일의 차이를 두었다.]
[재료를 섞어 쓰면서도 과하지 않은, 오히려 단순함과 섬세함 사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LBTR의 내공이 아닐까]
4. 공간 구성
전체의 공간은 크게 2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이 안경점인 YUN 서울의 공간이고, 왼쪽 한켠에 엄연히 별도의 문으로 (얼핏 보면 전체가 하나의 문으로 보여요) 위커파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윤 서울은 11시부터, 위커파크는 12시부터 운영을 하니 점심시간 즈음에는 방문 전 시간을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윤서울의 내부 공간은 검안실 부분과 제작된 안경이 이동하는 컨베이어 벨트 부분만이 별도 구획되어있고 나머지는 테이블의 구성으로 전체의 공간을 이룹니다.
눈을 사로잡는 한 부분이 앞서 말한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유리 파티션 뒤로 마치 박제되어있는 듯한 기계미(잘 만들어진 기계에서 느껴지는 뭔가 아름다운 모습) 넘치는 이 벨트가 저는 그저 그럴싸해 보이기 위한 장치인 줄 알았어요.
근데 웬걸, 실제로 검안실에서 제작된 안경이 카운터까지 배달되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언젠가 저를 위해 저 기계를 한번 움직여보고 싶다은 욕구가 잔뜩 샘솟았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윤서울의 매장은 벽이 없이 여러 개의 테이블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이블마다 카운터, 굿즈 및 편집 상품, 본상품 등의 용도가 정해져 있고, 입구에서부터 고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용도의 구성으로 테이블의 성격을 구분해 놓았습니다.
전체의 공간을 시원하고 자유롭게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구와 제품의 배치를 통해 동선을 의도한 샘이죠.
또한 위커 파크의 공간은 오픈되어있는 서비스/오더 테이블 옆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실내공간을 제공합니다.
[공간 내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이는 컨베이어 벨트]
[브랜드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을 담은 공간의 설명을 담은 그래픽]
[안경을 판매하는 메인 공간에서 @jjssbros_closet 의 이과장님과 굉장히 친절하셨던 샵매니져님]
5. 공간의 포인트
윤 서울은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볼 때가 각각 다른 포인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눈길을 잡았던 포인트는 파사드(건물의 전면)와 입구 사이의 처마가 만나는 부분의 모습이었습니다. 거친 재료의 입면 뒤로 천장 면이 매끈하게 말려 올라가며 겹쳐지는 장면은 은은하게 빛나는 간접조명이 더해져 굉장히 아름다운 컷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매끈하게 말린 면이 마치 전통재료인 한지처럼 가볍게 느껴져 발을 말아 올린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한옥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동양적인 무엇인가의 느낌이 전해지는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마주한 공간은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바로 재료의 질감입니다. 미리 찾아본 사진으로도 여러 가지 질감의 재료를 잘 섞어 썼다고 생각은 했지만 직접 마주하니 사진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던 백색의 거친 마감면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기포 콘크리트 같기도 하고, 현장타설이 아닌 패널로 제작되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거친 숨구멍이 가득한 골이 반복되는 재료의 질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모든 공간의 마감 재료를 고민하다 보면 손이 닫는 부분, 발이 닫는 부분의 재료들이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유지보수의 용이성 같은 지속적인 부분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이 거친 재료는 발이 닫는 가구의 하부와 손이 잘 닫지 않는 선반 뒷배경과 같은 곳에 굉장히 계산적으로 적절히 쓰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매끈한 가구의 표면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너무 근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재료의 활용을 한 가지 더 꼽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여러 겹으로 겹쳐 사용한 아크릴입니다.
판매 및 전시되는 제품들의 배경으로 아크릴을 레이어드 해 놓았는데요.
배경이 되는 큰 아크릴 위에 개별 상품의 받침이 되는 작은 아크릴이 겹쳐지고 은은한 조명이 두 겹의 아크릴을 관통해 제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어떤 화려한 조명이 제품을 감싸도 이만큼 우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크릴과 더불어 제품의 소개는 기포 콘크리트 패널의 조각을 받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크릴과의 매치 역시 훌륭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마주한 곡선의 처마는 우아함과 경쾌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빛을 컨트롤 한다는 것. 디자이너 LBTR가 지닌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6. 아쉬운 점
윤(YUN)과 위커파크의 공간에서 아쉬운 부분은 위커파크의 홀과 외부공간입니다.
윤(YUN)이 물론 안경을 맞추려는 목적이 없이도 한 번쯤 둘러보기 즐거운 곳이긴 하지만 위커파크가 함께 있기에 더욱 편안하게 다시 들릴 수 있는 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도 2-3번 정도 방문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위커파크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전체 공간의 기획이 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 대부분의 결정과 콘셉트가 윤 서울의 몫이 었을 것이고 공간에 투자되는 비용 역시 위커파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가능하면 본인들이 사용 가능한 범위에서 지출을 해야 했을 겁니다.
첫 번째 아쉬운 점은 이 부분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려한 형태의 홀 내부 마감이 페인트로 마감이 되어있는데 은은한 벨벳광이 프리미엄 도료인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손과 발이 자주 닿는 곳이다 보니 벌써부터 때가 많이 타 있는 모습입니다.
윤서울 홀과 같은 마감재의 매치가 이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아마도 비용의 차이가 있어 차선의 결과물이 아닐까 예상됩니다.
두 번째.
외부공간은 현재의 결과물도 전체와 잘 어우러지고 입구 앞에 나란히 놓인 나무 좌석 또한 매력적입니다만 석촌호수 삼거리에 위치한 위커파크의 첫 매장을 아는 분들이라면 외부공간에서 주는 아늑함을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그런 공간이 이곳 성수점에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지금의 모습과 어떻게 해야 잘 어울리면서 외부공간도 만들어 내면서, 위커파크 자체의 브랜드 다움을 잃지 않고, 함께하는 윤서울과 통일감을 이루고. 뭐 이런 복잡한, 어쩌면 해결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부분은 공간을 담당해준 LBTR에게 맡기는 걸로 할게요.
전 못합니다. 못해요.
[굳이 아쉬운 점으로 마감의 유지관리를 꼽았지만 위커파크의 공간 역시 근사한 공간이에요.]
[공간의 중첩, 건축가들은 이런거 좋아합니다.]
7. 한 줄 정리
윤서울, 그리고 LBTR는 재료와 조명에 대한 고민과 이해도가 높은 공간을 보여줍니다. 자신들의 로직을 만들어내는 숨은 노력은 제눈에 조금 변태스러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듯 보입니다. 덕분에 화려하지 않은 듯 사실은 화려한 공간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마치 앙드레김 선생님을 오랜만에 보듯이.
아. 그리고 안경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과 커피 한잔 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저 스스로도 놀라웠습니다. 저는 조만간 찜해놓은 안경을 겟하러 다시 방문하지 않을까 싶어 지네요. :)
[뭐니뭐니 해도 '윤 서울'은 안경이 짱입니다. 제가 찜한 모델은 비밀!]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66 1층
브랜드 : YUN (yun-seoul.com) + 위커파크 성수
공간 디자인 : Labotory (labotory.com)
프로그램 : YUN seoul, Wicker park seongsu